문화

如一同行 백 열여덟번째 - 속초

세종해피뉴스 2023. 6. 30. 22:27

- 향성사지 삼층석탑

속초에서 짧은 시간을 짬 내어 어렵사리 온 속초에서 인근의 보물을 찾아본다.  설악산로를 따라 비가 내리는 설악산 벛곷 터널길을 지나 설학동으로 향한다. 숲길을 달리며 느끼는 자연의 상쾌한 기운은 먼길의 피곤을 달래어 준다. 오늘은 이름도 생소한 향성사지의  보물을 찾아나서는 길이다.  속초에서 설악산으로 들어가는 설악동 어귀에 세워져 있는 곳에 도착하니, 탑의 위치가 옛날 그대로 인 듯한데,  탑 주위는 절터의 모습을 전혀 알아볼 수 없는 상태이다. 

향성사는 현존 신흥사의 전신으로 652년(신라 진덕여왕 6)에 자장율사가 창건했으며 석탑도 이 무렵에 건립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향성사지 앞 전경]

향성사지에서 바라보다 보이는 앞산, 산봉우리에 하얀 비단으로  두른 듯 가린 듯 드러낸 모습에  탑의 탐방보다 주변 경관에 마음을 빼앗긴다. 설악동의 초입에서만 서도 가슴이 뛰고, 산아래 맑게 흐르는 계곡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내가 보고 싶어서 온 탑은 뒷전이고 물길 따라 마냥 거슬러 오르고 싶어 진다. 시간을 가지고 다시 오고픈 마음이 드는 풍광이 주는 압박감을 뒤로 하고,  애초의 탑 탐방을 마치고 본연의 일로 돌아가야 함을 안타까워하며 탑의 탐사를 시작해 본다. 

 

[보물 제 443호 향성사지 삼층석탑]

이 석탑은 2단의 기단(基壇) 위에 3층의 탑신(塔身)을 세운 형태로 신라석탑의 양식을 그대로 이어 받고 있다. 마침 이탑은 일부 부재에 부식이 발생하고 이끼류가 낌에 따라 2012년에 이어  다시 보존처리공사를올해 2023년 4월 마쳐서, 새롭게 단장하여  깔금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끼 낀 탑은 우리에게  세월의 흐름을 알려주고,  깔끔한 탑은 우리에게 당시를 알려주는 것 인듯 하다 . 처음 새워질 때 보다 색상이나 유실이 있겠지만, 처음에는 이 보다 더 하얗게 빛을 발하였으리라 생각하니 세월의 때가 다 없어지는 것은 아닌가 보다. 

 

[탑 주변]

이곳이 절터라는 관점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지금은 옆에 길이 있고,  뒷편 산아래는 호텔이 있는데, 아래로 계곡의 물이 넓게 흐르고 있어, 대웅전 앞에 탑이 있다고 생각하다 보니, 오랜세월 계곡의 물길이 안으로 들이친 것은 아닌가 추론해 본다. 이내 절터 찾기는 포기한다. 전문가들이 연구 하리라 생각한다. 길 건너  켄싱턴 설악호텔이 보인다. 

 

[보물 제 443호 향성사지 삼층석탑]

여러 장의 돌로  바닥돌과 아래층 기단의 밑돌을 두었다. 아래층 기단의 가운데 돌에도 기둥모양이 있다. 위층 기단도 모서리마다 기둥 모양을 새기고, 면의 가운데에는 기둥 2개를 조각하였다.

탑신부에서는 몸돌과 지붕돌은 각각 한 돌로 새기고, 몸돌에는 모서리기둥만 새겼을 뿐 장식이 없다. 지붕돌의 밑면의 받침돌은 5단으로 약간 두텁게 되어 있고,  지붕돌의 경사가 급하며 약간 치켜져 있다.  옥개석 네 귀퉁이에는 풍경을 달았던 작은 구멍이 있다. 상륜부는 존재하지 않다.

1966년 해체·보수할 당시 3층 옥신 상면에서 사리공이 발견되었고, 동판이 덮여 있어 사리를 모셨던 것이 틀림없었으나 내부의 유물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삼층석탑]

이 석탑(石塔)은 통일신라시대인 9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이중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세운 전통의 통일신라 석탑양식을 따른다. 1966년 보물로 지정되며 높이는 4.33m이다. 지금의 자리가 원래의 자리로 추정되며, 주변에서는 신라 하대~고려 초기에 제작된 막새가 출토되어 석탑의 건립 시기도 비슷할 것으로 짐작한다. 사적비명에 따르면, 현재의 신흥사는 삼국시대에는 향성사, 통일신라시대에는 선정사(禪定寺)라고 불렸다고 한다.

 

[삼층석탑]

이탑의 양식과 결구방식은  9세기 석탑과 다소 다르다고 한다.  일반 신라 석탑에서 탱주 수는 상층기단의 탱주 수가 하층기단의 탱주 수보다 많은 경우를 찾아 볼 수 없으나, 이탑은 유일하게 이를 따른다. 또한 기단부 결구방식이 귀틀식 결구방식이어, 경주 황복사지 삼층석탑에서 변화한 것으로 확인되며, 이에 탱주 수의 변화는 신라석탑 기단부 결구방식의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과도기적인 모습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이러한 특징으로 삼층석탑은 9세기 보다 8세기 후반 석탑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며, 이 탑의 결구방식은 경주 문화권에 속한 석탑들과 동일하여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는 신라석탑의  전국적 확산 이전부터, 전파한 것으로 보아 미술사적 의의가 있다고 한다. 이탑이 지역세력에 의해  건립된 것으로 볼때, 당시 명주의 강력한 세력인  경주 출신의 김주원 가계가 유력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앞산]

짧은 시간이지만 또 다른 보물을 하나 더 접하는 행운을 가져본 날이다. 비가 오는 설악의 산세에 묻혀 있는 이름 모를 향성사 옛 절터 앞에서 허리에 운무를 휘감은 산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다. 예전에 이곳서 나처럼 멍때리며 앞산을 바라보며 수도하던 승려와 먼 이곳을 찾아 즐거움을 맛 보았을 불제자들을 생각해 본다. 시간의  흐름 속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탑이 맞이 한 사람들은 얼마나될까. 그저 스쳐 지나는 세월을 생각하다 보니 이 즈음 곁을 떠나 잊혀져 가는 친구들이 생각난다. 내 눈앞에 존재하는 것과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 이 두가지 다 내가 있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오늘은 비내리는 설악산 자락의 오랜 탑에서 마냥 감상에 젖어 본다. 내쳐 오르면 신흥사 인데 아쉬움을 뒤로 하며 설악동를 따라 삶의 현장으로 되돌아 나온다. 

 

如一유광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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