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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 시인, 두 번째 시집『도레미파솔라시도』출간

세종해피뉴스 2023. 10. 24. 22:42

-‘리얼리즘의 깊이와 삭힘의 실학(實學)’의 시로 승화시킴
-모두 4부 67편으로 전국을 기행 하며 쓴 시를 모아 엮어냄

 

지난 2016년『미네르바』 및 2022년『예술세계』한국예총이 주최 등단 10년 미만 작가 대상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종근 시인의 두 번째 시집『도레미파솔라시도』(2023.10.16.)가 문예바다 기획시선 시리즈와 2023년 <충남문화관광재단>에서 주어지는 문학창작기금으로 출간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시집은 제1부「흑석동 연가」(16편 수록)을 비롯하여 제2부「천안종합터미널」(18편 수록), 제3부「폐역에서 기다리다-서도역에서」(17편 수록) 그리고 제4부「서면과 모더니즘과 나」(16편 수록)등 소제목으로 제각기 내놓은 신작으로 모두 4부 67편으로 갈무리하여 세상에 선보이고 있다.

 

이종근 시인은 그가 언급한 ‘시인의 말’에서 고향에서 구의원으로 풀뿌리 정치를 하다가 물러난 뒤, “전국의 낯선 곳을 골고루 찾아 생경한 언어로 나열된 방랑의 길이지만, 호흡이 가빠지는 순간까지 격정의 투혼으로 시대를 써나갈 요량”이라며 “이제 정치인이 아닌 또 다른, 시인의 길에서 다시 꿈틀거리듯 서툰 발걸음을 내딛는다.”라고 전했다.

 

그래서인지 이종근의 신작 시집『도레미파솔라시도』는 음계는 낮고 처연하며 울음의 그늘진 자리에서 소리를 낸다. 일곱 빛깔 무지개의 호기심 어린 아름다움처럼, 여덟 자리의 고조되는 음률은 고독

한 인생사의 다양한 면모를 담아내고 있다. 서로 다른 목소리의 조화와 균형, 화합과 통일을 추구하는 시인 이종근. 달리 말해, 현실 묘사의 미메시스를 넘어 미적 승화의 리얼리즘 그 작법 철학의 진경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것이 여타의 현실 비판성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그만의 ‘문학적 개성’이다.

 

부조리와 불합리로 끓어오르는 현실 세계를 그대로 뒤집어쓴들, 평화는 도래하지 않고 작품의 구성 수준도 낙후되기 마련이다. 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민망한 규탄과 무망한 선언으로 끝나버린 무수한 시편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상징과 운율, 서사와 충격 그 길고 긴 미학적 질감의 세계 속에서 시는 현실과 반목하지 않으면서 현실의 문제점을 갈파해 나간다. 소설이나 희곡과 다른, 문학예술의 고봉인 시만의 강점이다. 이 특수성을 이종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신념을 상상과 버무려 빚어내고, 남루한 현실에 희망의 반전을 투영시킨다. 쓰라린 상처를 자극하는 현실이어도, 영혼을 울리는 감동과 여운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시인이 세계를 끌어안고 화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기 때문이다.

 

▲ 시집『도레미파솔라시도』문예바다 기획시선005 표지

 

 

 

그리워도

떠난 배 돌아오지 않는 길 건너 올레

섬의 파도처럼 부서져 넘치는 나의 백치미

그대가 너무 보고파

목소리를 내어 불러봤지만 바람만 솔솔

성난 오름처럼 사랑은 야속하더라

귀여운 나의 섬 나의 색시

 

(제주도 건너)

 

도레미파솔라시도

 

밀려오다가 쓸려가는 파도

바람이 오가는 바람의 길 너머 올레

섬섬하게 이는 섬의 미

새 찬 돌멩이 속 마냥 텅 빈 가슴만 아파

애달픈 사랑은 속절없는 그리움만 솔솔

물여울 잔잔한 너른 바다를 내어라

깊은숨 들이마시고 불러보는 나의 노래 나의 시

 

(서귀포 너머)

 

도레미파솔라시

 

-「도레미파솔라시도」전문

 

 

이번 시집『도레미피솔라시도』의 작품해설을 도운 신승민 문학평론가는 “종결어미에 의미를 부여하는 실험적 작법으로 제주도의 풍광과 정취, 화자의 쓸쓸한 정서를 표현한 표제작 ‘도레미파솔라시도’. 최종의 높은음자리인 ‘도’는 공간 배경인 ‘섬 도(島)’자이자, 화자의 방랑길을 상징하는 ‘길 도(道)’, 서귀포 너머로 생의 질곡을 건너가는 ‘건널 도(渡)’가 아닐까. 중의적 시어에 멜로디까지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드는 이번 표제작은 공감각적 심상(心像)과 독자와의 교감을 모두 견인하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는 시인 이종근의 작품미가 추구하는 삭힘의 실학이 긍정적 영향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미학적 삭힘이란 생존의 바닥까지 내려가 온갖 풍상을 견디어 온 존재에게 주어지는 숙명적 생의 방향이다. 벗어던질 수 없고 부정할 수 없으며 다시 기력의 골간을 잡아 일어설 수 없음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문드러져 주저앉지 않으며, 존재의 본질을 깨닫고 간파하는 심안과 통찰을 내재하는 인고의 결정체이다. 극한을 감내한 자에게는 길 위의 시련은 그저 가소로울 따름이며, 사랑도 이별도 그리움도 후회와 열패감 따위 모두가 덧없이 느껴질 따름이다. 고독의 내면화, 그것이 바로 실존주의적 단독자의 화신(化身)이”라고 비평했다.

 

그리고 덧붙여 이종근 시인의 “정치 역정은 잠시 쉼표를 찍었으나, 그동안 잊고 살아왔던 것들의 그리움을 보듬는 살가운 자세만은 결코 쉼이 없다. 그것은 사계절의 가지각색 꽃들처럼 개성을 잃지 않는 소신이요, 어지러운 물처럼 머리가 돌아도 갈 길을 놓치지 않는 생의 열정이”며 “단순한 현실모방이 아닌 통합적 사회진보의 방향으로, 이종근의 리얼리즘은 그렇게 오늘도 하루가 다르게 삭아간다. 그 삭힘의 깊이를 범인(凡人)은 알 수 없음이라, 삶을 나누고 소신을 공유하며 의지를 함께 다지는 동지(同志)가 아닌 이상에야 그 큰 뜻을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톡 쏘는 그 삭힘의 미학, 그것이 바로 이종근이 추구하는 실학적 시 세계의 본령(本嶺)이다. 무수히 많은 현실 비판성, 체념 일변도 작품들을 거쳐 드디어 만나게 되는 참된 진보적 가치의 시편, 그 핵심은 ‘조화와 화해를 위한 열림‘이다. 배제도 야합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존중과 사랑. 이종근의 시는 그렇게 우리 시대 그늘을 밝히는 촛불처럼, 제 한 몸 삭아 빛을 띄우는 희생적 서정의 결실이”라고 말을 맺었다.

 

그간 이종근 시인은『5·18광주민주화운동40주년기념시집(광주문협시분과)』,『부마민주항쟁의재조명과문학작품(경남작가회의)』,『부산김민부문학제』,『상주동학농민혁명기념문집(경북문화재단)』,『낙강시제(洛江詩祭)시선집(낙동강문학관)』,『대구10월문학제(대구·경북작가회의)』,『서울시(詩)-모두의시집(한국시인협회)』,『금강예술(금강권문화예술인협회)』,『문예바다공모시당선작품-제1집』,『수원시민창작시공모』사화집과 기념문집 등에 참여했다.

 

이뿐만 아니라 제1회《서귀포문학작품공모전(서귀포예총)》에서 당선하고, 제2회《박종철문학상(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최우수상, 제3회『우리는통일일세대-평화이음공모전』우수상, 제1회《부마민주항쟁문학창작공모전(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우수상, 제2회《국립임실호국원나라사랑시공모전(임실호국원)》최우수상, 2021년《제주문학관개관기념문예작품공모(제주문학관)》최우수상 등 다수 시(詩) 창작공모전에서 수상했으며, 2022년「천안문화재단문화예술창작지원금」, 2023년「충남문화관광재단문학예술지원금」등을 수혜하여, 시집으로는 2022년 발간한『광대, 청바지를 입다』가 있다.

 

▲ 이종근 시인

 

오희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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